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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주의 명활산성과 신라 전방 방어체계 해설 걷기 코스

경주의 명활산성과 신라 전방 방어체계 해설 걷기 코스

1. [신라 수도 경주를 지키던 최전방 요새, 명활산성의 역사적 가치]

경북 경주 동부에 위치한 명활산성(明活山城)은 신라의 수도 방어 전략의 핵심 거점 중 하나였다.

이 산성은 경주시 외동읍 일대에 자리한 해발 235m 명활산 정상부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으며, 삼국 시대 신라가 외세의 침입에 대비하여 구축한 전방 방어체계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고고학 조사에 따르면, 이곳은 5세기 중반에서 6세기 초반에 축성된 것으로 보이며, 당시 고구려와의 접경 갈등을 고려한 군사적 요충지였다.

특히 명활산성은 신라의 수도인 금성(현재의 경주 시가지)에서 동남쪽으로 약 8km 떨어진 위치에 있으며, 동해안과 내륙을 연결하는 전략적 관문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이처럼 명활산성은 단지 방어를 위한 요새라기보다는 통신, 감시, 방어, 후방 지원 등 다기능 군사 기지로 사용된 신라 국방 체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폐허처럼 보이는 이곳이 과거에는 신라 국왕의 명령이 전달되고, 적의 움직임이 포착되던 전략 통신 기지였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 역사적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명활산성을 걷는 일은 단순한 산행을 넘어서, 신라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고대 국방의 흔적 위를 걷는 체험이 된다.

 

2. [명활산성 걷기 코스: 해설과 전망이 함께하는 역사 산책로]

명활산성 도보 코스는 약 3.5km 정도의 순환형 등산로로, 출발점은 경주 외동읍 구어리 마을 입구에서 시작하여, 성벽을 따라 정상부까지 올라가는 경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산책로는 고도 차이가 크지 않아 등산 초보자나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적합한 코스다. 중간중간 안내 표지판과 해설판이 잘 설치되어 있어, 별도의 해설사가 없어도 신라 방어 체계를 이해하며 걷기에 부족함이 없다.

걷는 코스 중 가장 핵심은 성벽의 잔존 구조와 망루 추정지, 치성(적을 공격하거나 방어하기 위해 성벽에서 돌출된 부분)의 흔적을 따라가며 당시 신라 군사 전략을 실제 지형 위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산성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주 평야와 동해안 방향은, 군사적 조망뿐 아니라 풍광 면에서도 매력적인 포인트로 작용한다.

또한 일부 구간에서는 현대적으로 복원된 목책(나무 울타리)과 초소 모형이 설치되어 있어, 체험형 콘텐츠로도 손색이 없다.

이는 단순한 산성 걷기가 아니라, 과거 신라 병사들의 움직임과 시야를 재현하며 걷는 입체적 경험으로 확장된다.
이처럼 명활산성 걷기 코스는 역사, 자연, 교육이 동시에 어우러진 신라 인문 탐방로라 할 수 있다.

 

3. [신라 전방 방어체계 속 명활산성의 전략적 위치와 연계 방어망]

신라는 국토 방어를 위해 ‘전방-중간-후방’ 체계의 삼중 방어망을 운영했으며, 명활산성은 이 중 전방 방어의 선두 기지로 기능했다. 고대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 양국의 침입에 항상 대비해야 했기 때문에, **경주 외곽을 따라 반원형으로 형성된 방어 산성 군(群)**을 조직적으로 구축했다.

명활산성과 함께 서쪽의 서악산성, 북쪽의 무열왕릉 인근 산성, 남쪽의 남산 산성 등과 연계하여 수도 경주를 철저히 방어하는 선형 방어망을 완성했고, 이 중 명활산성은 동쪽 해안 방면을 방어하는 핵심이었다.

특히 해상 루트를 따라 침입해오는 적을 조기에 포착하고 차단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신라 수군과 육군 간 연계 작전도 가능하게 했다.

실제 발굴 결과, 명활산성 내부에서는 화살촉, 토기, 기와편, 병영지 흔적 등 군사 활동의 증거가 다수 확인되었다.

이는 단지 성벽만 남아 있는 다른 산성과 달리, 명활산성이 군사기지로 실사용된 실증 유적임을 방증한다.
이처럼 명활산성은 신라의 전략적 군사 배치와 공간 운용 능력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사료로 기능하며, 고대 한국의 국방사 이해에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받는다.

 

4. [현대적 활용과 문화재로서의 가치, 명활산성의 가능성]

명활산성은 현재 경주시와 문화재청에 의해 지속적인 관리와 보존 사업이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콘텐츠와 연계한 ‘신라 국방 유산 해설 앱’**이 개발되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산성 곳곳의 군사적 기능과 배치 구조를 증강현실(AR)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기존의 단순한 역사 유적 관람을 넘어, 참여형 콘텐츠로 발전시키려는 로컬 관광 전략의 일환이다.

경주는 불국사와 석굴암, 대릉원 등 고대 불교문화 중심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명활산성과 같은 군사 유적은 비교적 관광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역사교육, 군사사 탐방, 지역특화 콘텐츠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명활산성이 주목받고 있으며, 관광의 다양성과 체류형 여행지를 확장하는 새로운 콘텐츠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명활산성을 걷는 일은 결국 신라의 전쟁과 평화, 경주의 시간과 공간을 몸으로 느끼는 문화 탐방이 된다. 그리고 이 코스는, 단 한 번의 방문으로도 신라의 숨결과 전략이 살아 있음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