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제171호 진도 덕신산성에서 조선 수군을 만나다

 

1. [조선 수군의 해상 방어 거점, 덕신산성의 역사적 의미]

전라남도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에 위치한 덕신산성은 조선시대 수군의 전략적 방어 거점으로 조성된 산성이다.

사적 제171호로 지정된 이 성곽은 지리적으로 해상 교통과 국방의 요충지인 진도 해협을 감시하고 방어하는 군사 기지의 역할을 수행했다.

성은 진도와 본토를 연결하는 좁은 해협을 조망할 수 있는 덕신산의 정상부에 축조되어, 적선의 이동을 조기에 파악하고 방어를 위한 명령 전달이 매우 쉬운 구조를 갖추고 있다.

덕신산성은 전체 길이 약 800미터에 달하는 산성으로, 석축과 토축이 혼합된 형태를 보인다.

이러한 복합 축성 방식은 조선 후기 수군 산성에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으로, 기동성과 방어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군사 전략의 산물이다.

특히 남해안을 따라 적의 침입 가능성이 높았던 조선 후기에는, 진도와 같은 섬 지역이 수군의 핵심 전진기지로서 재조명되었고, 덕신산성은 그러한 시대 흐름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이 성곽은 일부 구간만 남아 있으나, 성벽의 흔적과 주변 지형을 통해 당시 조선 수군이 어떤 방식으로 해양 방어체계를 구축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드문 사례다.

단순한 산성 유적이 아닌, 해양 안보를 위한 조선의 국방 철학이 함축된 상징적 장소로서 그 가치는 매우 크다.

2. [덕신산성의 지리적 특성과 조선 수군의 전략적 배치]

덕신산성이 위치한 덕신산은 해발 약 200m로, 비교적 낮은 구릉형 지형이다.

하지만 이곳의 전략적 가치는 단순한 해발 고도보다도 전망성과 연결성에 있다. 성곽에서 내려다보면 진도대교와 진도해협, 그리고 전라남도 해안 일대가 한눈에 펼쳐지며, 이는 조선 수군이 빠르게 적의 접근을 식별하고 대응하는 데 큰 이점을 제공했다.

조선은 해안 지역에 수영(水營)과 수군 산성을 설치하여 체계적인 방어망을 구축했으며, 덕신산성은 이 중 남해 해상 방어망의 핵심 축을 담당했다. 특히 이곳은 녹진수군진의 후방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이며, 단순히 감시뿐만 아니라 병력의 주둔과 무기 보관, 통신 기능까지 수행했던 복합 군사시설이었다.

현재 남아 있는 성벽 유구를 따라 걷다 보면, 성문 터, 치성(성벽에서 튀어나온 방어구조), 망루 터 등 다양한 군사 건축 구조물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단순한 돌담이 아닌, 철저히 기능에 따라 배치된 조선 군사기술의 흔적이며, 덕신산성의 고유한 군사적 가치를 뒷받침한다.
즉, 덕신산성은 조선 수군이 단순한 해전이 아닌 지형을 활용한 복합 방어체계를 어떻게 운영했는지를 보여주는 실증적 유적이다.

3. [진도와 조선 수군의 관계, 이순신 장군과의 간접 연결]

진도는 조선 수군사에서 단순한 섬이 아닌, 전략적 기지이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활동 범위 내 핵심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덕신산성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문헌상 뚜렷하지 않지만,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영을 중심으로 남해 일대를 방어하던 당시, 진도는 보급로와 방어선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했다.

특히 명량해전을 전후한 시기에는 이 지역의 지형과 해류가 수군의 전술 운용에 큰 역할을 했으며, 덕신산성을 포함한 진도 지역 산성들은 당시 후방 방어의 핵심 거점으로 주목받았다.

덕신산성은 조선 후기까지 사용되었으며, 병자호란, 임진왜란, 그리고 이후 해적 출몰에 대비한 대응 거점으로 활용되었다.

이와 같은 역사는 단순히 유적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쟁과 방어, 그리고 해양 주권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진도를 해석하게 만든다. 또한 이 성은 지역민의 피난처로도 기능했을 가능성이 높아, 군사시설이자 생활방어기지로서의 다층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고고학적, 민속학적 가치도 함께 가진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덕신산성을 걷는 행위는, 단지 성곽 위를 걷는 것이 아닌 조선의 수군 전략, 국방철학, 지역 방어 체계를 발로 느끼는 행위가 된다.
오늘날까지도 덕신산성이 ‘생존형 방어 유산’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4. [걷기 여행지로서의 덕신산성, 로컬 콘텐츠의 가치]

진도의 자연 환경은 덕신산성과 잘 어우러진다.

특히 덕신산 등산로와 성곽 유적이 연결된 도보 코스는, 해안의 정취와 고대 군사 유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색 트레킹 루트로 매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봄과 가을에는 진도해협을 따라 부는 해풍과 함께, 산길 위 성벽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압도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최근 진도군은 이 지역을 활용한 지역특성 관광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덕신산성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 교육 체험, 성곽 복원 프로젝트, 해설사 연계 프로그램 등이 차례로 도입되고 있다.

특히 AI 기반 해설기기와 함께하는 ‘비대면 역사 탐방 코스’는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덕신산성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러한 콘텐츠들은, 진도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교육적·문화적 가치가 결합된 복합 문화유산임을 증명해준다.

덕신산성을 걷는 그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이자 경험 자산이 되는 지금, 이곳은 조선 수군의 지혜를 따라 걷는 가장 조용하고 의미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