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읍성 도보 여행: 동헌에서 성곽길까지 한 바퀴
1. [조선 시대 행정의 중심, 고창읍성 동헌의 역사적 가치]
전라북도 고창군에 자리한 고창읍성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읍성 유적으로, 행정과 군사 기능이 결합된 지역 방어의 거점이었다.
특히 이곳의 동헌은 지방관이 실제로 집무를 보던 관아 건물로, 고창읍성의 심장부라 할 수 있다. 동헌은 단순한 관청이 아니라 지역 백성들의 삶과 직접 연결된 공간이었으며, 당시 행정 체계의 중심이었다.
고창의 동헌은 전통 한옥 구조를 그대로 간직한 채 복원되어, 현재는 문화재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의 중심지로 활용되고 있다.
동헌 마당에서는 계절별로 고을 수령의 재판을 재현한 역사극이나, 유생의 유교적 의식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되며, 단순한 관람을 넘어 조선 시대의 행정 문화와 삶을 직접 느낄 수 있다. 고창읍성의 동헌은 군사시설과 민정기관이 조화를 이룬 조선 읍성 구조의 전형으로, 건축사적 가치 또한 아주 높게 평가된다.
이처럼 동헌은 고창읍성의 출발점이자, 도보 여행을 시작하기에 가장 상징적인 장소로 손꼽힌다.
2. [성곽을 따라 걷는 1.6km 원형 도보 코스의 매력]
고창읍성의 성곽길은 총 길이 약 1.6km로, 읍성을 완전히 한 바퀴 도는 원형 루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 도보 코스는 경사가 거의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역사 산책길로 인기가 매우 많다. 성벽은 대부분 돌로 쌓인 평지형 성곽으로, 군사적 방어보다는 민생 보호와 상징적 목적이 강하게 반영된 구조다.
이런 구조 덕분에 고창읍성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조선 중후기의 전란에서도 지역 주민들이 피난처로 활용했던 실제 생활형 성곽이었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동문, 서문, 남문, 북문 등 방위별 성문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각 문 위에는 망루와 치성(雉城) 같은 군사적 방어 구조물도 남아 있다.
걷는 중간중간에는 고창의 전통 가옥이나 조선 시대 창고터, 수로 흔적 등 생활 유적이 함께 펼쳐져 있어 단순한 성곽 관광을 넘어 고창 주민의 일상을 그대로 체감할 수 있는 이색적 체험을 제공한다.
특히 성곽 위를 따라 걷는 구간은 고창 들판과 읍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조망지로, 사계절 내내 사진 촬영 명소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고창읍성의 성곽길은 걷는 이로 하여금 조선의 공간과 시간을 순례하게 만드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3. [민속 문화와 어우러진 성곽 마을, 살아 있는 유산의 현장]
고창읍성은 단지 돌로 된 성곽과 건물만 남은 곳이 아니다. 이곳은 현재에도 다양한 민속 문화 행사가 지속적으로 열리는 '살아 있는 역사 공간'이다.
대표적으로 매년 봄과 가을에 개최되는 고창 모양성제(읍성의 별칭은 ‘모양성’)는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전통놀이와 의식이 중심이 되며, 백성의 삶과 신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민속문화의 본보기로 자리잡았다.
성 안에서는 조선시대 무관의 활쏘기 체험, 관복 체험, 전통 연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매우 좋은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특히 지역 어르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이 체험들은 기계적 재현이 아닌, 구술과 손기술을 통해 전해지는 진짜 전통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또한 읍성 내부에는 복원된 전통 민가와 학당, 향교터 등이 조성되어 있어, 고창이 단지 방어 목적의 공간이 아니라 문화와 교육, 삶이 어우러진 조선 마을의 축소판이었음을 보여준다.
고창읍성은 오늘날까지도 ‘성과 마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역사 관광과 지역 공동체의 연결 고리 역할을 아주 잘 수행하고 있다.
4. [고창읍성을 걷는 의미와 현대적 활용 가치]
고창읍성 도보 여행은 단순히 과거를 보는 체험을 넘어, 현재와 미래를 위한 문화 콘텐츠 자원으로서 높은 활용 가치를 지닌다.
걷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인문학적 경험이 되는 이 코스는, 자연·역사·사람이 어우러진 지역문화의 핵심 모델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걷기 여행, 로컬 콘텐츠, 인문 탐방 트렌드와 맞물리며 고창읍성은 국내외 문화관광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로컬 유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 ‘비대면 여행지’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혼잡하지 않으면서도 역사적 깊이가 있는 장소로서 고창읍성의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창군은 이에 맞춰 AR 해설, 디지털 체험 콘텐츠, 야간 조명 프로그램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역사 유산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고창읍성은 본연의 전통성과 지역적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어, 지속 가능한 문화유산 관광 모델의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결국 고창읍성을 걷는다는 것은, 조선의 마을 공동체가 어떻게 공간을 설계하고 삶을 꾸려나갔는지를 몸으로 체험하는 행위다.
도보 한 바퀴 속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